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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독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를 읽음

by 왕만두엄마 2024. 9. 1.

애가 문제집을 사달라고 얘기해서
이너넷으로 문제집 사러 들어갔는데
그 사이트 메인 추천책 중에 이 책이 있었는데
물빛이미지와 띄엄 띄엄 있는 책 제목이 너무이뻐서
도서관에 가봄.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
(중략) 대신에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엇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57p





스파게티 이론

우리가 상상하는 인생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비닐로 포장한 스파게티 면과 같아.
각자의 인생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거지.
하지만 그건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겅.
장피에르의 주장에 따르면 말이야.
실제 우리 각자의 인생은 그 포장을 뜯어 삶은뒤,
팬위에서 소스와 버무린 뒤의 면과 같아.
포장 상태에는,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모두의 인생이 하나의 시간을 따라
진행되지만
실제로 우리의 인생은 소스에 버무릴 때 마다
예측 할수 없는 형태로 뒤엉키는 스파게티 면과 같다는거야.
소스팬 안에서 한 가락의 스파게티면은 자신의 형태만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을 뿐, 다른 면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 한 거지.
80p




언젠가 시각장애인의 본질은 보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이듦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각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무제였지마,
더 큰 문제는 타인의 감각 대상에서 멀어진다는 점이였다.
그렇게 감각 대상에서 멀어지면 모든 존재는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136p


그루던 어느 날, 그녀가 관계성의 물에 대한 이야기를꺼냈다.
그녀는누군가를 만나거나 인터뷰할 때 혹은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물 한잔을 떠올리는데, 그게 바로 그녀가 말하는 관계성의 물이었다.
"일단 물 한 잔을 얻어 마시는게 중요해요.
물 한 잔 정도의 호의를 받을 수 있다면 관계성이 형성되거든요.
물 한 잔을 준 사람과 물 한 잔을 받은 사람.
그렇게 서로 맺어지는 거죠. 한번 맺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워집니다."
"마치 문 안쪽으로 발을 밀어넣은 방문판매자처럼 멀이죠?"
그런 심리학 이론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했다.
작은 호의를 베푼 사람은 더 큰 호의를 베푸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런 셈이죠.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호의를 베푸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호의를 받아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내 쪽에서 아무리 호의를 베푼다 한들 상대방이 받게 되면 무조건 관계성이 생겨요. 그래서 상대의 호의를 끌어내는게 중요하죠. 그건 물 한 잔 정도로도 충분해요."
"하지만 물 한 잔도 내놓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나요?"
"아니에요. 물 한 잔 정도는 얼마든지 얻어마실 수 있어요.
게다가 이건 실제 물도 아니고 관계성의 물이니까."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고적으로'라는 말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이 이어지지 않았어도 전쟁 전의 유럽이 그토록 평화롭고 풍요롭게 기억 될 수 있었을까?
'회고적으로'라는 말은 그 뒤에 일어난 끔찍한 일, 즉 전쟁을 겪어 난 뒤에야 그 시절이 제대로 보였다는 뜻이다.
벨 에포크를 살아가는 사람은 그 시절이 벨  에포크인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한 번의 인생이란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글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214p



<월든>같은 명저를 펴낸 날도 딱총나무에 물과일이 맺힌 날로 기억할 수 있다는게 소로가 가진 크나큰 힘이다.
소로는 삶의 근원적인 것만 접하기 위해 물질적인 소유를 줄여야 한다고 일기에 썼다.
나의 소유를 줄일수록 자연은 점점 늘어난다.
146p



우리들의 셰도잉
의 작은 단편에는
화자가 애인과 도쿄 여행을 가서
그날 비가 왔었고 라디오에 어떤 노래가 흘러나왔다고
서술하는데
나도 어딘가에 여행갔을떄 무얼했고 그날 날씨가 바람이 하늘색같은 걸
보고 듣고 느끼고
그 지역을 떠올릴때 그때 날씨가 어땠지. 같은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젖지않고물에들어가는법
의 단편에서는
조지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지 않으면 뭔가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 같아서
특이했다.
그리고 공황장애에 대해 세세한 묘사로
이런건가 싶은게 간접체험을 할수 있어서 좋았음.

너무 많은 여름이
는 작은 단편이아니였고
고인을 보낸 다음의 여름이라는 슬프고 낯선 단어였다.
얼마전에 읽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쓴
히가시노게이고 책이 생각났다.
우리 모두는 고인을기리고 싶어 한다.
나도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책의 마지막에 플레이 리스트가 있어서
스트리밍 들어보고 싶은데 도서관이라서
일단 사진만 찍어둠...

2D의 책이 진화 하는 느낌.
소설 안읽은지 오래 되었는데
잘 읽은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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